테넷 - 할아버지 역설을 중심으로
- 리뷰
- 2020. 12. 26.
주인공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때
함께 울고 싶었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의 동료, 닐이 “평행이론에서 의식과 다중”이... 다중이? 다중이는?
“머리 아프지 자둬”
그렇게 영화가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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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에서 유일하게 관객에게 대놓고 말을 건네는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분명 들었습니다. “자둬”라고!
사실 주인공에게 이름이 부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이 영화를 보는 1인칭 시점인 관객의 고유명사가 차지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를 추동하고 있는 놀란의 문제의식은 “할아버지의 역설(그뤤파더스 페뤄덕스)”입니다.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가 먼 미래의 후손이 조상들을 클리어??하기 위해 3차 대전을 과거의 시점에 일으키려 하고, 이를 막아내는 주인공의 활약상이죠.
요약하면 할아버지의 역설을 막는 행동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멀티유니버스, 시간관, 마방진을 대령하라!!!(아 이건 뿌나)는 이 이야기를 건네는 놀란의 방식이죠.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조금 돌아가겠습니다.
우리의 진짜 현실에서 3차 대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양차 대전은 현실에서 일어났었죠.
양차 대전 이전에 인류의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해서’라는 관념이 팽배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알게 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계몽주의의 연장이죠. 과학기술과 더불어 인류는 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성의 정점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게 양차 대전입니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앞서 그 문제가 온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된 평화라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란은 “할아버지의 역설”을 통해 타인파괴란 2차대전이 아닌 자기파괴란 3차 대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전작 <인터스텔라>는 인류가 이런 삶의 방식을 유지하다가는 지구가 고향의 상수값이 아닐 수 있다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 선상에서 <테넷>은 영화 보는 너 관객님이 그런 삶을 유지하다가는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이 말라” 다 죽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영화가 결코 아닙니다.
감독이 계속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다음 세대를 지속할 수 없는, 즉 다음 세대를 죽이고 있다는 겁니다.
할아버지의 역설은 지금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현 인류의 삶의 방식이 미래를, 다음 세대를 없애고 있다는 거죠.
또다시 인류는 이성의 정점에서 더 강한 맛인 자기파괴의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사토르란 캐릭터는 감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사실상 우리의 문제를 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소유하거나 파괴하거나 입니다. 그의 작동 방식은 1과 0입니다. 갖지 못하면 부숴버린다!!!
지금 우리의 세상은 여러 의미로 그 2진법의 생태계에 있습니다( 사토르 마방진과는 별개로 뇌피셜을 좀 더 진행시키자면 영화 제목인 TEN+NET은 1과0 0과 1입니다. 1001은 십진법으로 9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완벽한 숫자죠. 2진법의 전복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세상은 너무 간거겠죠? 저도 놀랐습니다.).
아무튼지간에 닐과 주인공의 대사를 이 대목에서 새깁니다.
“우리의 멋진 우정은 나한테는 여기가 끝이야”
“내겐 이제 시작이고”
저는 “영화는 여기서 끝이지만. 너는 이제 시작이야”라고 들렸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알아채지 못했을까 봐 놀란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장면에 대사를 추가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랬잖아
당신은 날 위해 일해
내가 주도하지(I am a protagonist...)”
지금 우리네 삶의 방식, 조건 대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변화의 결정은 오직 주인공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주인공의 자리에 자신의 고유명사를 넣는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물 속으로 뛰어내린 그 자유를 부러워 하던 캣이 자기 자신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테넷> 이런 깊고 심각하며 어쩌면 일관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인간 세상에 대한 놀란의 긍정적인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어느 지점이 긍정적이다가 아니라 이 영화 전체가 긍정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네거티브한 시점이라면 베트남 장면에서 이미 끝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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