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신청방법과 인정 수급기간 조건 설명해봄
- 생활속으로
- 2020. 11. 18.
실업급여 인정 신청방법과 수급기간 조건 설명해봄
4차 인정일이었고, 방문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버스를 타면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해 택시를 잡아탔다.
실업급여가 4차까지 진행될 동안 나는 여전해 백수였고 구직자 신세였지만
그래도 한동안 이력서를 내느라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처음 보는 택시 기사님께 고용센터로 가달라고 말하면서, 오늘이 센터 가는 마지막날이라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
오늘 내가 얼마나 고단한 하루를 보낼지는 조금도 생각지 않으면서.
센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나는 약속시간보다 10분을 더 기다려 실업인정 담당자분 앞에 앉았다.
그분께서는 내가 갖고 온 종이뭉치를 보시더니
입사지원서 확인 페이지에 나온 이 아이디가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나는 2·3차 때 냈던 패턴 그대로 4차 인정일에도 그렇게 가져간 것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만약 부정수급을 하게 되면 몇 개월 후에라도 부정수급심사에 걸려 그동안 받은 돈을 토해내야 된다고 했다.
담당자분이 잠깐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사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센터를 나왔다.
나는 내 순서가 넘어갔다고 생각했고, 얼른 집에 가서 그 자료를 최대한 찾아 챙겨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으로 급히 걸어가는 길에 담당자분께 전화가 왔다.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지셔서 전화를 걸었다고,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준비해서 다시 오라고.
나는 이전 2·3차에 지원한 데가 첨부자료 부족으로 문제가 될까 봐 당시에 제출한 입서지원서며 취업활동증명서며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준비해 다시 센터로 갔다.
때마침 막 교육을 끝내고 윗층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1층 실업인정 데스크로 쏟아졌다.
나는 의자에 앉아 내 순서를 기다리다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다시 담당자님과 조우했다. 담당자님은 내가 가져온 걸 보더니 내심 답답해하는 얼굴로,
원래 4차인정 때 지원했던 서류에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되는데
왜 다른 데 지원한 서류를 가져왔느냐고 했다.
나는 만에 하나라도 이걸로 대체할 수 있음 대체하려고 준비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분 말씀으로는 4차 이전에 구직활동을 하고 실업급여 지원받은 것은 더 이상 서류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간이 지난 것은 이미 끝났다며. 나는 애써 챙겨온 종이 몇 장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아무튼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인 줄 몰랐다.
나는 4차 실업급여기간에 모 공공기관에 입사지원을 하고, 그곳에서는 내게 지원이 완료되었다는 보낸 적이 있었다.
그 페이지에 내 메일주소가 나와있었는데 그 메일주소가 내 것임을 증명하면 되는 것이었고
담당자분께서는 나를 도와준다며 내 이름과 내 메일주소가 함께 나와있는 인터넷 페이지를 캡처해서
한글프로그램에 붙여넣기 하고 그것을 프린트하셨다. 그리고 그걸 가져가셨다.
그게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 되었고 그렇게 해결되었다.
나는 PDF를 따야 하나, 아님 내 정보 중 어떤 페이지를 인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년이 3년 남으셨다는 담당자분은 너무도 간단하게 내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프린트 스크린 키 - 한글 빈문서에 붙여넣기 - 해당 페이지 인쇄 순으로.
(사실 그분은 다음 유저고 나는 네이버 유저인데 늘상 본인이 보던 페이지가 아니어서 조금 당황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센터 내의 프린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내가 그 일을 쉽게 포기해버리자 다시 해보자면서 도와준 것도 그분.
잠깐이나마 그곳에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실업급여 담당자분들이 아무리 재차 설명해도 나처럼 못 알아듣는 사람은 분명 있으며,
나이가 젊고 아니고에 상관없이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근데 오늘은 그중 내가 가장 심했고. 담당자분께서
“이런 말 실례되는 줄 알지만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어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동안 살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느 한 가지에 대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며,
또 그렇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그런 내 성격이 어김없이 오늘도 문제를 일으켰고 나는 또 본의 아니게 남에게 민폐를 끼쳤다.
다행히 좋은 담당자분을 만나 결과적으로는 일이 잘 마무리 되긴 했는데
나는 이미 스트레스를 받아버릴 대로 받아버린 상태라 속이 말이 아니었다.
그분은 서류 접수가 모두 끝난 뒤에도 내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나와 이야기하던 중에도
계속 실업급여와 관계된 민원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전화가 오지 않을 때에는 내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냐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잔뜩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결과적으로 3개월 동안 실업급여 받는 일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지만
이같은 수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른 취업해서 오랫동안 한 회사에 일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만큼 좋은 회사와 내가 연이 닿아 서로 오랫동안 상생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그러려면 내가 얼른 취업을 해야 하는데. ㅠㅠ
밥 한 끼 먹지 않고 계속 집과 센터를 왔다갔다 했더니 너무 피곤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얼른 설거지해서 밥 해먹고 일찍 침대에 누워야겠다.
평소 내가 얼마나 빡대가리인지, 얼마나 말귀가 어두운지 새삼 다시금 느끼면서.
나도 일자리 걱정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할 놈의 예술을 하겠답시고
재능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내가 문학을 하겠다고 설쳐 내 팔자를 스스로 꼬았다.
능력도 노력도 자력도 없는 철저한 無소용의 인간.
나를 써먹을 데 어디인가. 도대체 있긴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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