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갈등 제사문제 때문이에요
- 생활속으로
- 2018. 10. 29.
결혼 5년차 입니다.
아직 아이는 없고, 바쁘고 불안정한 시기도 지나 안정기를 맞은 지금 아이도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남편과는 사이가 꽤 좋아요.
언제 어떤순간이든 마음으로부터 안정을 주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예요.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있게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잘 살고있어요.
싱글시절과 비교한다면 결혼 후의 삶은 너무 윤택하고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어요.
시댁과의 관계 역시, 힘들다거나 시댁이 너무 싫다거나 하는 그런 일 없이 잘 지내왔었어요.
중간중간 자잘한 혼자만의 서운함 같은 것들은 남편에게 해소하고 잘 넘어갔었고,
그런 곤란한 상황 때마다 남편도 잘 대처해주어서 별 문제 없이 잘 지냈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정말 너무 흔한 소재라 말하기도 좀 민망하지만..
제사문제 때문이예요.
시댁은 큰집이고, 남편도 누나 둘에 막내인 아들(장손)입니다.
시댁어른들이 조금 남들보다 고지식하고 관습을 중요시하는 집이라는 건 알고있었는데..
하필이면 시댁의 제사날(음력)이 저희 부모님 생신(두분 생일이 하루차이예요)날이랑 같아요.
결혼 첫해에, 이 점을 남편이 말씀드렸더니 아버님께서 "제사에 와라"라고만 단답으로 말씀하셨었고
저희 부모님 두분에게 좀 미안하다거나, 저에게 좀 미안하다거나 하는 내색이 전혀 없으셨었는데
저는 당시 결혼 첫해부터 잡음을 만들고 싶지도 않고, 어른들의 뜻에 거스르는 말을 하기도 참 힘들어서
그냥 아버님 뜻대로 제사에 참석하고, 저희 부모님 두분 생신 전 주에 주말에 갔다왔었어요.
그런데 올해 제사날이랑 저희 부모님 생신이 하필 주말이더라고요.
저는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아직 가까운 시일이 아니라 별 생각 않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느날인가 시어머님과 통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요번 제사때는 며느리도 좀 일찍 낮에와서 돕고하고 해라고 하라고 남편에게 말을 했을때,
남편이 "저희 그때 장인어른 두분 생신이라 못가요" 라고 말을 해버린 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저하고 미리 상의한 부분이 아니었어서 전 그런말을 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는데 굉장히 화난 목소리로 당장 집으로 오라는 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첨엔 좀 얼떨떨 했어요.
한번도 당장 와라,라는 식으로 화를 내신 적이 없어서 좀 당황을 했죠.
알고보니, 며칠전 남편에게도 당장 집으로 오라는 말을 했었는데,
남편은 지금 타지에 와있으니 몇일 위 평일에 퇴근하고 가겠다고 톡을 보냈었는데
전화도 않고 톡으로 단답으로 그렇게 말한것에 엄청나게 화가 나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점점 시부모님께 서운하고 저역시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저희 친정이 현재 제가 거주하는 곳에서 차로도 5-6시간 거리라 자주 못갈뿐더러
1년중에 명절 당일 차례 이후, 두분 생신때 한 번.
이런식으로 년중 3-4회 정도 밖에 못가는 것 알고계신데
남편이 그부분을 조심스레 말하면서 이번 제사에는 아내집에 가겠다고 말을 한 것에 격노하셨죠.
시부모님께서는 그런 말을 문자로 하는 것도 예의가 없고,
기분 나쁜 기색을 보였는데도 통보식으로 ~하겠습니다. 식으로 말한게 2차적으로 기분이 안좋으셨던 같아요.
이즈음 되니, 상황을 다 알게된 저로서는 그간의 서운함과 불만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더군요.
결혼 하겠다고 인사드릴때, 결혼초반에,
시아버님은 남편의 스펙에 못미치는 저를 농반진반 아들이 아깝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제앞에서 말씀하신 것까지 다 생각이 나면서 저는 서러움에 남편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사실 저는, 제사자체를 안하겠다 이런생각은 없었고 미리가서 도와드리는 것도
"좀 일찍와서 도와줄 수 있니?"라는 뉘앙스라면 노동즘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와라" 이런식으로 강요하듯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부분이 생기면 너무 불편합니다.
아무리 자식 부모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제가 시부모님 자식도 아닌데 수틀리실때 앉혀놓고
자식 뭐라고 하듯 혼내신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제 남편이 이 모든 부분을 말씀드리려고 부모님댁에 찾아갔으나
혼내려고 둘다 같이 오라고 했는데, 제가 같이 오지않은 것을 보고 화를 내시며
말을 채 끝까지 들어보려고도 안하신 후
본인말씀만 하시기에 남편이 냉정한 태도로 제사를 물려받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을 했더니 쫓아내셨다고 합니다.
연도 끊겠다고 하셨고요,
어머님과 누님들(시집아직안갔음)도 다같이 남편을 쫓아냈다고 하네요.
그말을 듣는 순간 속이 너무 쓰라리고 눈물이 나고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하는 생각에
남편도 저도 계속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며느리 잘못얻어서 이꼴본다고 분명 생각하실 거라 앞으로 이 미움을 어떻게 감당하고 살지 두렵기도하고,
한번도 크게 거역하는 일없이 잘 커온 남편이 가족에게 내쳐진 후 상처받아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어요.
무조건 저희가 옳다 이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부분에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고, 화를 내셔도 다듣고 대화를 이어갈 참이었는데도
그 말을 들어보려고도 안하시는 점이 참 야속하네요.
저희끼리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 지를 곰곰히 되짚어보니,
남편이 제가 평상시에 제사를 이어받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이문제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판단하던차에
어머님께서 이번제사엔 일찍와서 도우라는 말을 들으니, 이제 점점 제사를 넘기고,
일도 알려주려고 하시나보다 싶어서 그김에 얘길 했다고 합니다.
즉, 제가 힘들것 같고 , 남편역시 추후 본인이 제사를 이끌어갈 생각을하니
부담스러워서 저와는 상의없이 덜컥 저렇게 말을 해버린 점 때문에 일이 겉잡을 수 없을만큼 커진 것 같다고 ...
약간의 자책중입니다.
이게 그저 제사나 관습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일뿐인 걸까요, 아니면 저희 집만의 특수한 상황일까요..
그저 흔한 아침드라마속 '요즘며느리' 같은 상징적인 존재가 된 기분에 얼떨떨하기도하고
시댁이 많이 밉고 야속합니다.
이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지금은 도통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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