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효과적으로 유창하게 공부하는 비결
- 생활속으로
- 2018. 9. 12.
영어 쓰는 나라에 몇년째 살고있지만 나이들어 와서 그런지 말하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론 늘지 않았는데..(물론 공부를 안해서겠지만) 나름 효과를 본 좋은 방법이 있어서 강좌란에 처음 글 올려봅니다. 간단한 tip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제 실력을 감안하면 누굴 가르칠 실력은 아니라서 강좌란에 올리기가 참 민망합니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래 팁을 통해 지금 레벨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하긴 충분한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각종 영상의 한글 자막을 만들어 보세요’ 입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 관련된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몇편 보게 됐는데, 자막이 나올만큼 대중적이지 않아서인지 자막이 없는 영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저냥 '재미있게 흘려(?)보다가' 뭔가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쉬엄쉬엄 취미삼아 한글 자막을 만들어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이 시기엔 이런 소일거리 외에 별다른 영어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몇편 작업을 마친 후에 실생활에서 말이 예전보다 술술 나오더군요;; 아니면 같은 말이라도 이전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을 한다던가 말이죠. 말해놓고 나서도 '아, 내가 이런표현을 알고 있었나?' 싶을 때도 몇번 있었습니다 ㅎㅎ
여튼 처음엔 영어 학습을 목표로 한게 아니니 당연히 몰랐습니다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영어를 '학습'하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효과/장점을 꼽아보려고 합니다.
•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영상으로 작업하니 '공부 해야해!'하고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흥미를 가지고 달라붙게 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script가 공개되지 않은 영상이라면 무조건 dictation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어야 번역을 하던 의역을 하던 자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듣기 능력이 정말 향상됩니다. 스크립트가 있더라도 일단 보지않고 본인의 딕테이션과 나중에 비교해보세요. 스피커 보다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추천합니다.
• 인터뷰가 많은 영상물의 경우 현지인들의 살아있는 언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어는 물론이고 관용구나 구어 표현법 등 다양한 표현들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나 표현도 종종 튀어나옵니다.
시트콤이나 미드에서 아무리 실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고 해도, 글로 쓴 대본과 정돈된 표현을 외워서 말하는 반면에 인터뷰는 대본이 없이 즉흥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정말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기 좋은 표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오히려 너무 구어체라 인터넷의 urban dictionary같은 곳이나 아예 구글에서 문장채 검색해야 겨우 문맥을 파악할 정도의 정보가 나오기도 하지요. 특히 slang들이나 상황별로 잘못 써먹으면 x되는 경우도 많습니다-_-;;
- 한국 드라마/영화를 보다보면 저 대사는 누가봐도 대본을 외운거구나 싶은 문어체 표현이 거슬릴 때가 가끔 있을겁니다. 한국말이니까 이해는(말은) 되는데.. 실생활에 저런 표현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으신가요?
- 반면에 애드립이 난무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혹은 인터뷰들에서 그런 어색함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은 실제 일상생활중에 예능에서 사용되는 구어체 표현을 많이 쓰십니까? 아니면 누가 들어도 대사같은 문어체 표현을 많이 사용하십니까?
• 역시 인터뷰 관련인데, 제가 자막을 만들던 다큐멘터리에는 영어권 나라에 살고있는 외국인들(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등등)의 인터뷰가 꽤 많았습니다. 코크고 금발머리면 다들 영어 잘할 거 같았지만.. 발음도 진짜 후지구요;; 쉬운 단어와 간단한 표현으로 하고싶은 말을 유창하게 전달하는 걸 보고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습니다 ㅎㅎ
적절한 단어들을 완벽한 문장으로 구성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야 해! 하는 부담감의 끈을 이런 계기로 툭- 놓고나니까... 단어나 문법은 군데군데 틀릴지언정 정말로 한결 쉽게 말이 나옵니다. 일상생활은 스피킹 시험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은 네이티브가 아니라 외국인이니 상대방이 알아서 걸러듣고 이해해줄겁니다. ㅎㅎ 앞으로도 계속 틀리겠지만 이런식으로 대화가 늘어난다면 틀리는 빈도도 줄어들고 실력 자체가 늘 수 있습니다!
'머리속에서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지 않고, 바로바로 영어로 생각해서 말해보자'라는 처음의 목표 같은게 있었는데, 자막 작업을 계기로 조금 더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머리속에서 생각(번역)한대로 말이 나오지 않기 시작하거나 머리속의 번역 프로세스보다 대화가 빨라지게되면.. 그 뒤의 대화는 점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죠. 분명 경험해보신 분들 있을겁니다.
여튼 이런 인터뷰에서 실제로 바로바로 응용해서 써먹기 좋은 표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native들보다는 딕테이션도 쉽고 번역도 쉽습니다. (액센트가 조금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_- 뭐, 제가 있는 곳은 인디안과 코크니들 세상이라..)
• 단순 영어->한글 단방향 번역이라 생각하실 텐데, 은근히 양방향입니다.
• 어쩔 수 없이 문장 단위로 번역을 하게 될텐데, 그 문장이 나왔던 전/후 부분을 다시 전체적으로 플레이해보면 뭔지모를 어색함을 느끼실 겁니다. 문장의 뜻은 정확하게 번역했을 수 있지만, 전체적 문맥상으로 보면 더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아예 생략하거나 심한 의역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언어를 학습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reading 교재에 나오는 paraphrase나 summary 같은 부분과 일맥상통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결국 전체 문맥 파악하랴, 다시 번역하랴 앞/뒤로 계속 돌려봐야 합니다. 아래 싱크작업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반복학습’이 됩니다. 언어습득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죠. 반복, 반복 또 반복..
공부해야해! 모드일 경우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만 자막을 만들다보면 술렁술렁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런 날림글로는 입증할 순 없지만 덩어리(?)단위로 문맥 파악하다보면 reading능력이나 논리적 사고도 조금은 향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되도록이면 싱크까지 꼭 직접 해보세요. 노가다도 이런 생노가다가 없다 싶습니다만, 어쩔 수없이 정말 계속 끊임없이 영상을 돌려보고, 듣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언어 학습의 기본원칙인 ‘반복’이 자연스럽게 한번 더 됩니다 ㅎㅎ (그 대신 이 방법의 최대 고비가 바로 이 부분일 수 있습니다-_ -)
• 현지의 문화적 배경을 모르고서는 도저히 자연스럽게 번역할 수 없는 표현이나, 같은 단어라도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를들면
- 과거에 히트했던 영화의 대사나 책, 노래 가사등을 인용하는 표현이나 관용구화 된 표현이라던지..
- 역시 과거에 유명했던 연예인의 특징을 가지고 하는 조크나 혹은 지금 유명한 코미디언의 유행어같은...
그 나라에 살고 있거나 어렸을때부터 그 나라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_-;; 이건 구글.. 그 유래가 자세히 나오거나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나오기도 합니다.
- 사전상으로는 어딜보나 negative한 의미지만 실제로는 positive한 의미를 갖는 단어들... (그래서 live로 업데이트 되는urban dictionary가 참 유용합니다) ex. that's sick! 같은거 말이죠..
- 사전상으로는 다 같은 뜻이지만 상황별로 다른 의미를 갖거나 다르게 사용해야 하는 동의어들...
이건 이 방법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고 또 없을 수도 있습니다. 비지니스나 일상대화 수준에선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구요. 작업할 영상물에 따라서도 다르고 작업하는 분 환경이나 스타일 혹은 research 여부에 따라 또 틀리니 일반화해서 설명하긴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case by case이지만 google이나 urban dictionary같은곳에서 리서치를 많이 해보고 특히 주변에 감수를 부탁할만한 native들이 있으면 이런쪽으로는 정말 많이 도움될겁니다. 한국에서 공부할땐 몰랐지만 직접 외국에 살아보니 언어를 배우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작업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중얼중얼 따라한 부분이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동안 작업한 것들이 다큐멘터리만 대략 4~5편 정도인데, 다 합치면 편당 수십번씩은 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보고 싶었던 영상들로만 작업했으니 너무나 당연히 모두 재미있었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단순 반복되는 키보드 마우스질이 조금 귀찮긴 했습니다만... 뭔가 획기적으로 편리한 자막 작업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이 마저도 쉽지 않았을까 싶긴하네요. (맥용으로는 좋은 툴이 더더욱 없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나 드라마 보다는 인터뷰가 많은 다큐멘터리가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BBC, discovery등의 수많은 전문 채널의 다큐들, 그리고 마이너한 독립 다큐들까지 포함하면 주제나 내용이 정말 다양하고 방대합니다. 관련 지식과 상식이 덩달아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
대신 이 방법은, 시간적 여유가 많고 컴퓨터에 익숙하신 분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자막을 만들고 싱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니까 말이죠. '단기간에 끝내야지'라기보단 장기적으로 계획을 잡는다거나 다른 공부방법과 병행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도해보는게 좋을 것도 같습니다.
토플이나 토익등의 시험을 코앞에 두신 분이나, 여유시간 없이 직장생활하기도 빠듯한 분들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쉬엄쉬엄 시간 날때마다 해도 되긴 합니다만 그럴경우에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튜브에 널려있는 5분내외의 아주 짧은 영상의 자막을 시험삼아 만들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인지 검증해봐도 좋겠네요.
처음엔 에피소드 한편을 목표로 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한 시즌 정도로 목표나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책에서 챕터 단위로 공부하듯이 이렇게 나눠서 성취도를 평가하기도 좋습니다. 책한권 독파하는 것보단 덤벼볼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짧은 답글로 잠깐 언급하긴 했는데, 만든 자막을 배포하려면 의역의 비중이 늘어나거나 번역체를 다듬는 한글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합니다. 번역체가 어색하더라도 번역문을 다듬는 작업은 '외국어 학습' 측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처음부터 배포용인지 학습용인지 확실히 정하고 작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포용이라고 해도 일단은 공개를 염두에 두지 말고 작업 속도를 높인 뒤에 나중에 천천히 다듬어서 배포하는 게 바람직한 작업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할만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리플로 공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Helvetica, Objectified 두편을 일단 추천합니다. 서체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입니다.
ted.com 그리고 itunes store (US)에 movies → documentary 쪽, 그리고 iTunes U에 영상물들도 충분히 작업해볼 만 합니다.
써놓고보니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분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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