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수영장 가는게 부끄러운 사람들에게 feat. 우울증
- 생각
- 2017. 10. 14.
나도 처음에 수영장 가는게 부끄러웠다. 근데 막상 수영장 가보니까 거리낌이 없어졌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막상 해보면 또 쉽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 내 몸이 좀 저질이라서 시선이 나한테만 올 것이라는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들 자기 수영하기 바쁘지 누구 몸을 관찰할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나? 그것도 저질 몸을 계속 보느니 하고 있는 수영이나 계속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몸이 또 좋으면 좋은대로 자신감이 있으니 다를테고.
아무튼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자신의 부끄러운 몸을 보여주는 게 좀 그렇다...하는 사람들은 걱정 안해도 된다. 막상 가보니까 몸 안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수영장 물 속에 들어가면 배가 나왔는지 가슴이 처졌는지 그런거 하나도 안 보이고 강사가 하라는 거 하느라 다른 몸 보는 겨를도 없을 것이니 이 글 보고 망설이는 사람들은 꼭 가봐라. 그리고 확실히 운동이 된다. 특히 나같이 우울을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운동이다.
사실 가끔씩은 막 귀찮고 가기 싫어서 집에 누워 있는게 편할때도 있는데 이 게으름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갔다오면 온 몸이 가벼워지고 우울했던 생각도 개운해진다. 집에서 우울이랑 놀 시간에 얘는 집에 놔두고 수영장에서 실컷 물놀이나 하면서 자신의 몸을 물에 맡기다보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
물론 나 같은 중증 우울을 달고 사는 이에게는 금방 또 우울이랑 놀아야하지만 수영을 갔다오고 나면 적어도 우울이에게 펀치를 한방 날린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씩 조금씩 수영을 통해서 이 놈을 멀리멀리 보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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