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추천) 믿으려는 의지 / Will to Believe 도서추천
- 생활속으로
- 2020. 9. 24.
안녕하세요
하루하루 체력이 고갈되어가는 대학원생입니다
아마도 윌리엄 제임스의 가장 유명한 강의록이 아닐까 싶은 믿으려는 의지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어 원전으로 읽기보단 '실용주의'로 번역된 책에 수록된 버전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윌리엄 제임스의 경우엔 원전을 읽기보단 차라리 2차 문헌들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국내에선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학자라서 논문의 수가 적지만 오히려 그래서 읽기가 편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믿으려는 의지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믿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그 믿음이 너의 인생을 좋게 만든다면 믿는 것이 정당하다'입니다
1.
제임스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종교적 가설들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입니다.
그가 강연을 한 19세기 후반만 되더라도 이미 다윈의 진화론이 퍼져있었고, 그 이전까지 기독교적 세계관이 계속해서 흔들려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던 때였죠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믿음의 증거가 없다는 거였고요
그래서 제임스는 묻습니다, 과연 증거가 없다면 믿지 않아야하는가? 아니면 증거가 없더라도 믿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제임스는 증거가 없더라도 믿을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대답합니다
2.
물론 언제든지 증거 없이 믿어도 된다고 하면 그건 상당히 어리석은 결론이겠죠
그래서 제임스는 세 가지 조건을 붙입니다
만약 내가 선택해야하는 선택지들이 살아있고, 다른 선택지가 없고, 중요한 것일 경우, 나는 충분한 근거가 없어도 믿을 수 있다는 겁니다
2.1. 살아있는 선택지 (live option)
어떤 선택지가 살아있다는 건, 그게 내게 유의미한 선택지라는 겁니다
가령,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너 이슬람 믿을래 아니면 불교 믿을래' 이런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그 사람은 그냥 '나 선택 안할래' 같은 식으로 대답할 수 있겠죠
자신에게 아무런 정서적 의미가 없으니까요
2.2. 다른 선택지가 없음 (forced option)
양자택일을 생각하면 됩니다
내가 지금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인데, 점프하면 반대편에 닿을지 아니면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뛰거나 뛰지 않거나 두 선택지밖에 없는 경우가 하나의 예겠죠
2.3. 중요한 선택지 (momentous option)
그 선택을 내리는 것이 내게 중요해야합니다
가령, 내가 어떤 선택을 내렸지만, 그게 그 선택을 내리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 선택은 중요한 게 아니겠죠
3.
이런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선택지를 마주했을 경우, 우리는 비록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어떤 선택지가 옳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제임스는 우리가 진리를 추구하고 오류를 피하려는 건, 우리가 그런 삶을 살고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오류를 피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것 둘 다 중요하죠
하지만 진리를 추구하면서 차라리 여러번 오류를 범하는게,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는 거죠
다만, 이 조건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진리의 창조자(maker)일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가령, 자연과학적 믿음의 경우, 우리는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사실들을 진리로 기록(record)할 뿐 우리가 직접 그 사실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믿음을 믿으려는 의지를 통해 믿으면 안되겠죠
(물론 자연과학적 탐구의 목적을 설정하거나, 연구대상을 설정하는 등, 단순히 주어진 사실을 기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전히 믿으려는 의지를 통해 무엇을 믿을지 결정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 삶에 관한 믿음들, 가령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무슨 믿음을 가진채 살 것인지, 어떤 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지 등등 이런 물음들은 자연과학적 믿음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진리에 대한 열정을 따라 믿음을 선택할 수 있죠
특히 제임스가 강조하는 건, 그것을 믿음으로써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믿음으로써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가 옳다고 믿으며 인생을 살아가라는거죠
만약 내 인생이 그 가치를 믿지 않을 때보다 더 행복하거나 더 가치있을 수 있다면, 그것을 믿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믿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보다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지 않겠냐는거죠
4.
제임스의 강의록은 Fitz-James Stephen이라는 사람을 인용하며 끝납니다.
몇 문장만 재인용해보겠습니다 (의역이 있습니당)
"모든 중요한 인생의 순간들에서 우리는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야한다"
"우리는 어떤 길이 올바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강해지고 용기를 가져라'.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기대하되, 결과를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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