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옆에서 겪어본 우울증 극복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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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아내가 몇년 동안 치료저항성 우울증으로 고생했습니다. 두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던 아내가 어깨결림 두통 등 점점 컨디션이 안좋아지더니 하루 이틀씩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쳐지는데 우울증이다 싶어서 바로 병원에 갔지만 차도가 없고 더 심해지기 시작해서 나중엔 사람이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쳐지더라구요.

 

특별한 원인이 없다보니 고치기가 더 어렵고 의사는 본인 처방 내역도 엉뚱하게 얘기한다던가 정신력 타령하고 그래서 신뢰 못하게 되고요 집사람은 이렇게 힘들게 공포/불안에 빠져 사느니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강화하더군요. 24시간 내내 자살충동이 오게 되고 부터는 정말 정신없이 살았던것 같습니다.

 

집에 모든 칼/날카로운 물건을 숨기고, 창문이나 잘못될 수 있는 것들 다 봉하고.. 제가 애들 케어도 해야되고 직장에서 일도 해야 되고.. 아 이래서는 집사람 잘못되겠다, 아니어도 우울증 낫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더 괴롭고요. 심할땐 대학병원 입원도 알아보는데 자리가 없어서 3개월 있다가 연락오고 그러더군요. 바로 입원할 수 있는 곳들은 이상한 곳들 뿐이고요.

 

그렇게 몇년을 버텼는데 좀 나아졌다가도 재발하고 그래서 총 7년 정도를 병과 싸운것 같습니다. 병원 치료를 병행하며 정말 안해본게 없지만 가장 도움이 됐던 것들을 적어보자면,

 

1. 공부

 

 - 국내에 나와있는 우울증 책과 논문을 있는대로 다 봤습니다. 얼추 300여가지 본것같습니다. 정신과의사들 교과서도 다 봤는데 결국 현재 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걸 알겠더군요..

 - 신약 정보라던가 지식 그 자체도 도움이 되지만 고시 공부하듯 밤잠없이 이런저런 공부를 하니까 집사람이 그걸 보고서 기운을 많이 냈습니다. 담당의사나 주변인들이 저런 남편이 있으니 복 받은거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당신은 꼭 낫는다 이런식으로 얘기해주는 것이 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집사람에게 삶의 이유가 된달까요

 - 가장 도움이 된것은 병원에 비치돼있는 실제 환자들 수기입니다. 나는 어떻게해서 나아졌다라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강력한 레퍼런스가 됩니다.

 

2. 운동

 

 - 공부하면서 운동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집사람 우울증은 중증이었기 때문에 운동은 커녕 외출도 제대로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려고 정말이지 별의별 노력을 다 한 것 같아요.

 - 씻고 옷입고 등등 외출부담 없이 집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홈트 기구, 예를 들면 워킹패드 같은것을 잔뜩 사서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도록 TV 바로 앞에 위치를 잡고 통증 감소를 위한 전동마사지건, 안마의자, 폼롤러, 목봉 등등 거의 집에 헬스장을 차렸어요

 - 제가 보여주기식 홈트지만 먼저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몸이 근육질로 바뀌고 각종 건강검진 수치가 확 개선되는데 집사람이 그걸 보고서 나도 운동을 하면 많이 좋아지겠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힘들어도 둘이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져서 바깥에도 나가게 됐습니다. 지금은 둘이 산도 타고 매일 수영에 홈트로 웨이트도 하니까 운동 효과가 강력한걸 체감해서 이렇게만 계속 살면 재발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3. 섭식+영양제

 

 - 집사람은 바쁘다 비싸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먹는걸 고집했는데 병중인 사람은 스스로를 신생아 수준으로 귀하게 여겨야 된다, 잘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절대 대충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 우울증이 오면 입맛이 없어서 탄수화물류 밥/면/국수/빵 이런것을 자주 찾는데, 탄수화물류를 확 줄이고 아예 장볼때 삼겹살 소고기 닭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넘치게 주문했습니다. 좋고 비싼것만 산다는 주의로 맛도 신경써서 입에 뭐 들어갈때 잘먹는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계속 모니터링해가며 변화를 줬습니다.

 - 영양제를 연구해서 통증완화나 세로토닌계열, 수면개선, 운동효과 개선 등을 목표로 매일 둘이 십수알을 먹었습니다. 극적인 효과는 아니지만 나를 위해 남편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느낌을 받았던게 주효했던것 같습니다. 비타민B/D, L-theanine 등이 효과가 좋아서 지금도 계속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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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면개선

 

 - 우울증은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집사람도 저도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자도 금방 깨는 편이었는데 가산 탕진한다는 자세로 침실을 안락하게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침구류를 템퍼로 도배하고 죽부인 같이 생긴 베개라던가 웨지형 베개 등 좋다는건 죄다 사서 해보고 아닌거 같으면 다른걸 또 사는 식으로 몸에 맞는걸 찾았습니다.

 - 의외로 가장 크게 효과를 본 것은 전기장판입니다. 따뜻하게 자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 다음은 안마의자인데 발마사지를 하고 자면 효과가 좋았습니다. 템퍼는 도움이 되긴했지만 극적인 효과는 없었습니다.

 - 밤에 잠을 잘 못자더라도 부부 두 사람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바로 체중/체지방 재고 씻고 영양제 준비해서 아침이랑 먹고 바로 운동하는 식으로 수면-기상-건강관리를 습관화했습니다. 

 

5. 소비

 

 - 우울증에 걸리면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 혹은 사치라고 생각해서 소비를 극도로 줄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애들한테는 돈을 써도 본인을 위해서는 1원도 쓰지 않기 때문에 건강 관리나 여가활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식이면 병이 낫지 않을것 같다 생각에 건강한 소비?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 돈을 아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기 때문에 약간의 트릭을 쓰는건데,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회원권 등을 장기로 저렴하게 결제하고 혜택을 보지 않으면 손해로 만들었더니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 예를들면 집근처에 있는 호텔에 찾아가서 부부동반으로 피트니스를 끊었는데 금액자체는 비싸긴 했지만 매일 갈 수 있다면 요가, 피트니스, 수영, 싸이클 등 다양한 운동을 굉장히 저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이곳을 결제하고 나서부터 하루라도 출석을 해야지 안그러면 돈낭비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건강관리를 해서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컨디션 만들고 가서 이런저런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더라구요.

 - 오래하지는 못해도 매일 같이 가서 눈도장을 찍으니까 헬스 직원분들도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하시냐고 칭찬하고 집사람 스스로도 난 정말 돈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기분 좋아했습니다.

 

6. tDCS

 

 - 우울증은 날씨라던가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 게 심해서 뭘 해도 안되는 날이 있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뀔때나 비오는날 심한데 이럴때를 대비해서 직구로 Brain Driver v2라는 tDCS 기계를 산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 매일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생리식염수를 적셔서 하는거라 모양이 괴랄해서 집사람이 싫어했는데 제가 먼저 한달 정도를 매일 시범을 보이면서 기분좋게 사니까 따라하기 시작했네요. 우울증이 없는 저조차 엄청나게 긍정화가 돼서 효과는 정말 확실했습니다.

 

7. 외출

 

 - 처음엔 집 밖을 못나갔지만 컨디션이 좋아지면 무조건 햇볕을 쬐러다녔습니다.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동네를 거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좀더 그늘지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 회사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밖에 나가서 산책 코스랑 동선을 발굴했습니다.

 - 좋은 신발, 깔창 등을 잔뜩 사서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보았는데 신발은 Oofos가 정말 좋았고 의외로 두툼한 스포츠 양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런닝용 바람막이라던가 전용 바지 같은것들도 잔뜩 사서 써보았는데 집사람이 이런 게 있는줄 몰랐다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 주말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는데 애들은 애들끼리 놀게 해서 집사람 부담을 없애고 저하고 둘이 산책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안성 팜랜드에 특히 자주 갔네요.

 

8. 온도조절

 

 - 집사람 컨디션을 몇년 관찰하니까 여름에 특히 안좋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집안에 에어컨을 조절해서 더위와 습도를 관리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집사람이 여름만 오면 지레 겁먹고 그랬는데 몇 년 집에서 쾌적하게 지내니까 불안감도 사라지고 몸이 좋아졌나보다 생각하더라구요.

 - 에어컨을 너무 틀면 또 추워서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여러 조치를 했는데 우선 구형 에어컨을 인버터 최신형으로 바꾸니까 덥고 춥고 한 현상이 크게 줄더라구요. 그리고 각 방마다 창문형 에어컨을 달았는데 국지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니까 거실 에어컨을 그렇게 강하게 틀지 않아도 되고 침실 온도도 안정화되고 여러 이점이 있었습니다.

 

9. 삶의이유

 

 - 이 병에 걸리면 '당신은 왜 살아?' '인생은 어떤걸까?' 이런식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긴병에 효자 없다고 부부라는 건 우울증이 안나으면 이혼으로 갈라설수도 있다던가 어찌될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 죽음, 노화, 이별, 질병, 가난, 외로움 이런것이 근원적 공포가 되고 그걸 이기지 못하면 삶에 회의감이 들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것 같아요.

 - 사람은 누구나 죽는것이니 살아있을때 서로 잘하고 축복처럼 살자 오늘 하루 정말 재밌는 하루가 되도록 살아보자-그런 이야기를 항상 했어요. 실제 저는 20대 중반에 차사고로 죽었다 살아났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살고 싶다, 잘살고 싶다, 가족에게 잘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집사람도 어느정도는 그 기분이 무언지 동감해준것 같습니다.

 

하지 말아야 되는 것들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10. 친지들 왕래 안하기

 

 - 처가 식구들이 여럿 와서 집안일이라던가 애들 어린이집 등원 등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역효과가 많이 났습니다. 특히 여자 형제들이 오면 자주 울었어요. 언니가 뭐가 문제여서 이런 병에 걸렸냐-라던가 '애들 봐서 기운내야지' 같은 단골 멘트가 있는데 감정이 요동치면 집사람이 너무 힘들어해서 나중엔 못오게 했습니다. 전화로도 그렇게 얘기하지말라고 여러번 싸웠습니다.

 - 그렇다고 아주 연락을 끊는다 그런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가 처가에 의지할 정도로 나약하게 해서는 집사람 병을 고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니 당분간 왕래나 연락을 줄이고 싶어요' 이런식으로 좋게 얘기하고 어지간하면 오지말라고 했습니다.

 

11. 집사람 우선

 

 - 애들 감기걸리면 당신은 집에서 뭐했냐 부부싸움하고 그런 경우 있는데 저희집은 집사람 병걸리고 나서부터는 아이들보다는 집사람을 우선시했습니다.

 - 결과적으로는 애들 공부를 덜 가르친다던가 주말에 아이패드 보게 하고 집사람이랑 둘이 산책간다던가 애들 옷을 다림질 해야하는데 그냥 말려서 입힌다다던가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애들도 아주 어리지는 않아서 엄마 우선한다는 것이 상처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슴 아픈 기억이긴합니다. 그래도 지금보면 다들 알아서 공부해서 그런지 성적도 좋고 IT기기 쥐어준건 되려 기기를 잘 다루게 된다던가해서 마냥 안좋은건 아닌것 같아요.

 

12. 고민 없는 삶

 

 - 예를 들어서 제가 우울증 공부한다고 밤새면 우울증 환자인 집사람은 제 건강이 안좋아진다->병걸린다->죽음.. 이런식으로 과도한 걱정을 합니다.

 - 제가 우울증 때문에 돈을 쓴다? 그러면 집사람은 "우울증에 돈을 쓴다->우울증이 낫지 않는데 계속 돈씀->파산->가난해서 죽음..." 이런식으로 생각하는겁니다.

 - 24시간 항상 그런 부정적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가 옆에서 뭔가 고민을 한다던가 하면 차라리 우울증 걸린 내가 없어지면 가정에 화목함이 올것 같다는 식으로 또 자살충동을 강화합니다.

 - 어찌보면 말같지 않은 얘기인데 매사 판단에 고민을 버리고 병과 싸우는걸 즐겨야합니다. 예를 들어 집사람이 제 건강을 고민한다면 운동하고 영양-식이해서 근육질 몸과 검진 수치를 좋게 만들어서 보여주는겁니다. 돈 걱정을 한다? 그러면 재테크하고 직장에서 돈을 더 벌어서 써도 돈이 늘어나는걸 보여줍니다. 몇년을 그렇게 하니까 집사람이 '내가 너무 걱정했다', '어쩌면 우울증도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것 같아요.

 

13. 약을 끊지 않는다

 

 - 의사는 상태가 좋아지면 완치 판정을 내리고 약을 서서히 줄이자고 합니다. 그런데 우울증은 재발율이 60% 이상입니다. 5년내 재발은 75% 정도라고 할 정도인데 재발할 경우 환자가 받는 충격이 엄청납니다.

 - 저희 집사람도 한번 재발했고 그 때의 패닉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여서 거의 매주 응급실에 갔었을 정도예요.

 - 한번 그러고나서는 저는 약을 끊지 말고 평생 먹자고 했고 집사람도 양은 좀 줄었지만 항우울제를 계속 먹고 있어요. 의사는 종종 단약 권하는데 제가 의사에게 얘기 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 저희 집에서는 항우울제는 엄마가 먹는 건강보조제 취급으로 먹을때도 재밌게 먹고 잘먹었다고 트림하는 분위기입니다.

 

쓰다보니까 엄청 길어졌네요. 모쪼록 힘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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