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허세남 된장남들과 여자들에 대하여

반응형

다음 글은 특정 세태에 대해서 정당화하거나 힐난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여기 등장하는 특정 세대의 사람들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무개념이거나 허세일 수도 있지만

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만의 착각이나 오해일 수도 있겠죠.

 

오늘 아침 부동산 글과 계층 고착화에 대한 댓글들을 읽으며, 정리되는 것이 있어 적어봅니다.

최근 저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듣게 되었습니다.

 

에피소드1. 사당에서 원룸을 하시는 건물주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자기 집에 세들어 사는 삼십대 초반의 남자분이 있는데 이야기 좀 해봤더니 직장은 다니고 있지만

결혼은 안하다고 그랬대요. 그런데 어느날 주차장을 쓰겠다며 벤츠 C클을 뽑았다고 하더랍니다.

가장 저렴한 방에 머물면서 C클을 뽑는 남자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는 건물주의 이야기였습니다.

 

에피소드2. 서초구에서 개인적으로 중매를 전문을 하는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분들이 결혼하겠다고 찾아오면 그동안의 살아왔던 이야기나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 준비상황 그리고 

원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그런데 7~8년의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모아놓은 돈은 3천도 안되는 여성분들이

적지 않게 온 답니다. 600만원이 넘는 샤넬백을 가지고, 매년 빠짐없이 한 두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현재의 잔고가 적게 남아 있는게 납득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너무 준비없이 찾아오는 경우는 난감하다고 하더군요.

 

에피소드3. 우리회사 과장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우리 회사 과장님. 딸이 그러더랍니다. 학교에서 미래에 되고 싶은 꿈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요즘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유투버는 당연히 나왔는데 새롭게 트로트 가수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고. 선생님이 왜 트로트가수가 하고 싶냐고 했더니, 트로트 가수가 되어서 엄마, 아빠 부자로 만들어

줄거라고 했다네요.

 

 

에피소드1과 2에 등장한 젊은 분들에 대해서 이성적인 관점으로 보면, 무계획적이네, 무개념이네, 무책임하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기 전에 왜 이런 분들이 가끔 보일까? 

자기의 경제 수준을 넘는 과도한 지출을 감행하는 분들이 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빈부격차는 있었고 또한 심했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던 만큼, 또한 TV나 신문은 권력에 의해서 쉽게 조작되었던 상태라 빈부격차는 교묘히 은폐되고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

죠. 솔직히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꿈은 수입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어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어떻게 만들겠다"는 포부는 흔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 군인, 경찰 등 아이들이 되고 싶은 주요 꿈들은 주로 "무엇을" 하고 싶기 때문이었지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에피소드3에 등장하는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어떤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지를 압니다. 그리고 그 직업을 선망하고 부모에게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설득합니다. 이제 빈부격차는 너무나 쉽게 눈에 보입니다. TV를 틀면 한강뷰가 펼쳐진 용산구 무슨 아파트에 

사는, 옥수동 무슨 아파트에 사는 연예인들의 널찍한 집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벤틀리에, 벤츠에, 마세라티를 끄는 연예인의 일상생활은

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요즘 20대에게 사실 엄청난 중압감과 박탈감을 줄 겁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서울에 번듯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던 우리 부모님 세대, 미친듯이 일하고 운이 좋아 당첨이 되면 서울에 분양을 

받을 수 있다던 우리 형님 세대, 미친듯이 일하는 것은 답이 없고 은행에 잔뜩 빚을 지면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권에 집을 살 수

있는 우리 세대, 그리고 어쩌면 은행에 빚을 져도 수도권에 내집을 갖기도 힘들 것처럼 보이는 우리 다음 세대를 감안해보면 2~30대의 젊

은이들이 느낄 박탈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SNS 상에서 범람하는 화려한 사진들이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무리해서

라도 수입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밥먹듯 다니게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그러지 않고서는 힘들게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초라해보여서 그렇

게라도 위로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들의 결정과 행동을 정당화하자는 게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

다. 그들이 그렇게 된 것에 사회구조적 탓은 없을까를 보자는 거죠.

 

드라마를 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드라마는 소시민의 가정에서 태어나서 (사시를 패스하든,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든) 성공하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드라마를 보면 현재 세대의 시각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드라마도 있

습니다만) 애초에 남자 주인공이 상무입니다. 회장의 아들입니다. 팀장입니다. 왕입니다. 세자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력해서 계층 이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렵다는 것을 자각한 현실이 드라마에 반영된 것이겠죠. 애초에 배경이 탄탄한

 남자가 아니면 답이 없다는 걸 젊은이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걸 드라마 작가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

서 오히려 판타지라고 느낀 건 저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지금의 20대를 공감해줄 수 없습니다. 어르신들의 눈으로 보면 

20대분들은 그저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교육도 더 많이 받지 않았냐고 하실 거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젊은이

들은 쉽게 느끼고 보이는 빈부격차에 힘겨워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일부 사람이 젊은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일 겁니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 탕진잼이나 소확행, 욜로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안쓰럽게 보인 건 저만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끊으면 되지 않냐고, TV를 안 보고 귀닫고 눈가리고 살면 되지 않냐고 말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윗 세대에서는 여러 가

지 삶의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인 온라인 세계가 현 20대에는 필수불가결한 어떻게 보면 삶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

을 때 그러한 방안은 현실성이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영양가 없

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