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시어머니 시아버지...시댁과의 갈등...
- 생활속으로
- 2018. 11. 20.
안녕하세요. 결혼 3년차 여성입니다.
시댁 어르신들은 늘 너무 잘 해주셨습니다. 늘 일하느라 고생한다, 격려하시며 며느리가 아닌 딸 같이 대해주시고, 소위 말하는 의판검 계열 아들임에도 결혼 전 경제적으로 저나 친정에 바라는 것 없으셨습니다. 심지어 당신 내외께서도 넉넉하진 않지만 시댁에 내려갔다 오면 항상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습니다. (물론 기념일, 명절 저희도 두둑히 용돈을 챙겨드립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저희부부는 연애 결혼, 독립적 성격으로 지원을 받지 않겠다 선언해서 양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댁어른 입장에서 더 바라지 않는 부분은 감사히 생각합니다. 갈등상황에 있어 경제적 부분은 고려요소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려 일부러 길게 씁니다.)
다만 3년 내내 늘 지속된 문제가 있었는데.. 집 비밀번호 공유입니다.
시댁은 가족은 남이 아니고, 당신 내외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허락없이 문 따고 들어올 상식없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지방에 있어서 올라올 일도 적을텐데 왜 비밀번호 공유를 할 수 없냐는 입장을 줄곧 가지고 계셨고,
저는 상식없이 들어오시는걸 걱정하는게 아니라 비밀번호는 사생활 문제고, 부부 중 한사람이라도 싫으면 그게 가족이라도 오픈을 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친정도 서울이고 시댁보단 비교적 자주 왕래함에도, 친정어머니와도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시댁은 지방 분들이고 워낙 가족끼리 허물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님과 시이모님들이 같이 김장을 하는건 물론, 조카사위가 어머님 집에 반찬 얻으러 자주 들락날락 하는 정도입니다. 아주버님 댁도 집 비밀번호를 가르쳐드리는 등 워낙 허물없이 지내서 같은 상황을 기대하셨나 봅니다.
매번 택배로 식재료를 산더미같이 보내주시는 것도, 아이는 언제 가질거니 재촉하시는 것도, 훗날 신랑이 사무실 차리면 밍크코트 한벌 해달라는 노골적 기대도,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는 것도 다 받아드릴 수 있고 정말 괜찮습니다. (애야 언젠가 낳을거고 밍크코트는 해드리면 되니까요.) 다만 한 가지 지켜주십사 하는게 집 비밀번호인데...시댁 어르신들은 이걸로 굉장히 속상해 하시고 의견을 바꾸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신랑 통해서 에둘러 제 입장을 전했지만 전혀 받아드리지 못하셨고, 어제는 결국 제가 직접 전화를 어머님께 드려 조심스레 제 입장을 전했지만, "세상은 둘만 사는게 아니다, 너가 나이가 들면 더 이해할거다", "서울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집에 시집 온 이상 문화를 따라줬으면 한다" 의 완강한 입장을 확인했을 뿐 입니다. 집 비밀번호 공유를 하지 않는 것 = 시부모를 내치는 것 이런 공식아닌 공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도, 시댁도 서로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못하고, 또 그 사이에서 신랑이 힘들어하는 상황이 3년째 반복되니, 신랑은 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이상 보기 싫으니 앞으로 시댁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시댁일은 본인이 다 챙기겠다고 합니다. 물론 제겐 이렇게 말하지만 본인이 지친 것도 있고, 본인 어머니 괴로운 모습 보기 싫은 것도 있을거긴 하지만요..
비밀번호 하나만 빼면 정말 좋은 분들이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일주일에 한번씩 안부도 물으며 오래오래 딸같이 효도하며 지내고 싶은데.. 정말 제 욕심이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비밀번호 공유 못하는게 이렇게 노발대발 하실 일인가 싶어 원망스럽다가도, 그냥 속없이 맞춰드리면 집안 평화가 올텐데 왜 나는 그냥 넘어가지 못하지 스스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빚보증, 갑질, 막말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갈등요소가 아님에도 어쩌면 영영 시댁 발길을 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은 참 여러 일로 사람 간에 불화가 생기고 반목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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