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생활속으로
- 2018. 11. 12.
제목 : 이벤트와 시퀀스
알쓸신잡의 애청자들은 알 것이다. 이 책은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했던 이야기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아예 겹치는 부분도 상당해서 대략 25퍼센트 정도는 이미 한 번 쯤 들어본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나 방송과 동일하게 그는 ‘이벤트’와 ‘시퀀스’라는 말을 참 자주 썼다.
그에게 이 단어는 완벽하게 매칭되는 하나의 한국 단어로는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추상적인 몽글몽글한 하나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도 영어를 공부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인데, 영어 단어를 한국 뜻이 아닌 그림으로 이해하면 무언가 그 느낌이 더욱 네이티브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이벤트’ 는 반짝하고 나타나는 하나의 빛으로 생각했고, ‘시퀀스’는 잔잔한 파도처럼 연속성이 있는 장면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단어를 이해하고 이 책을 읽으면 더욱 글에서 감성이 느껴진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걸을 때는 왜 ‘시퀀스’라는 단어가 어울리고 명동 길을 걸을 때는 왜 ‘이벤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 확 와 닿았다.
결국에 훌륭한 도시 계획과 건물은 이 이벤트와 시퀀스의 조화를 어떻게 꾀어 내냐는 것에 달려있다. 주변 자연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시퀀스, 건물을 들어오면서 다시 밖을 바라보면서 이어지는 이 시퀀스에도 이질감이 없어야 할 것이며, 지나치게 단조로운 구성으로 건물 혹은 도시가 한 눈에 쉽게 담겨 버려도 안 될 것이다. ‘이벤트’가 없는 도시 말이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재미있는 건물과 도시 해석법인가.
다만, 이토록 재미있는 이 책에도 약간은 성급하게 일반화 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대목이 더러 있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광화문 광장에 대한 것이었는데, 별다른 컨텐츠가 없어 시위에만 쓰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흠, 이 부분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나는 광화문 바로 앞 삼거리부터 아래로 내려와 있는 종각 근방 사거리까지 그 거리가 주는 장소의 위압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쪽으로는 큰 광화문이 있고 좌 우측으로는 거대한 빌딩과 함께 상가가 이어진다. 그리고 중앙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다. 나한테만 이 공간이 무의식적인 심리 자극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중앙에서 광화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짜릿한 반항 심리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한 분의 동상은 용기와 기상을 주는 듯 하고, 한 분은 나 같은 서민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볼 때 그 열어젖히고 싶은 반항심리는 배가 된다. 건물과 장소에 대한 해석을 누구나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내가 해석한 광화문이 시위장소가 된 배경인데, 이 부분은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뭐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글 잘 쓰는 공대생의 책을 본 기분이다. 바램이 있다면, 알쓸신잡3에서도 유현준 교수님을 새로운 스토리와 함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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