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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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대해서 전혀 관심없이 해주는 음식만 낼름낼름 받아 먹기만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겁도 없이 한번 배워보겠다고 나서서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를 듣기 시작한지 석달이 지났습니다. 10회의 강좌중에 배운 요리가 한번에 두개씩 스무가지에다가 올리브 TV나 푸드채널을 보고 배우고, 각종 요리책을 섭렵하면서 배운 요리까지 더하면 거의 서른가지쯤 배웠네요. 몇가지 인기있는 요리는 여러번 복습을 해서(유채나물과 앤쵸비를 넣은 스파게티, 헝가리안 굴라쉬, 봉골레 스파게티, 강황-사과 돼지고기 구이, 게살-새우 그라탕) 레시피를 안보고도 만들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찌나 스스로도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같이 강습하는 삼십여명의 주부들의 눈초리가 괜시리 집중되는 거 같아서 조금 어색했지만 이제는 거의 아줌마가 되어 어디서 장보는지 어디가 싸게 팔고 어디에 가면 구하기 힘든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수다를 편하게 떨게 되었습니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나 자식들 흉도 함께 보구요.^^

일단 한번 빠져들면 엄청나게 집중하는 버릇은 여전해서 당직날 직원들 저녁식사도 몇번 만들어주고 작은 아이 생일상도 차려주고 처가식구들 모두 모아놓고 음식 대접도 했고 '고래가 그랬어' 사무실 직원들을 위해 요리하러 가기고 했고 사진모임에 요리사를 자청해서 서른명의 손님들을 부르스타 두개로 간단한 토마토-새우 푸실리를 요리해보기도 했습니다. 해보니 요리라는 건 참으로 힘들고(심지어는 의사일보다 힘들어요^^) 많이 에로틱하고(오죽하면 춘향전에도 사랑가에 먹고 먹여주는 대목이 많아요) 더군다나 아름다운 일이더군요. 사랑하는 이들의 입속으로 내가 만든 음식이 맛나게 들어가는 모습이라니!!!! 모든 생명체는 먹이활동이 젤로 중요하니까요.

요리의 시작은 일단 칼을 들고 칼질을 시작하는거라 참 재미있는 감각의 축복입니다.  사각사각, 통통통, 탕탕탕, 또각또각, 착착착.... 도마소리 경쾌하고 냄새는 또 어찌나 유혹적인지. 손끝으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살과 살 사이를 저미고 뼈와 살을 떼어내고 세포벽을 깨뜨리면 안에 들어있던 각종 알칼로이드 등등의 분자가 확산되고 그 분자들이 공기분자와 이리저리 부딪히며 브라운 운동을 하다가 코의 후각세포 수용기에 결합하고 이 자극이 역치를 넘어서면 신경세포막 사이에 이온들이 넘어들어오면서 활성전위가 발생, 결국 냄새로 연결되는 이 감각의 잔치...... 정말 분자들의 향연입니다.

그동안 잠깐 어깨너머로 배운 나름대로의 팁을 몇가지 알려드릴께요.

1. 이태리 요리는 대부분 양파와 마늘을 다지는 걸로 시작합니다. 칼질이 미숙하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고르고 잘게 다져지지도 않을 뿐더러 가끔은 손가락을 자를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어찌나 눈물이 펑펑나는지 엄청 맵더군요. 처음에는 어떻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누가 알려준 방법은 파를 입에 물고 양파를 자르라고 하던데 이건 뭐 말도 안되고,  차라리 얼음물에 양파를 담그라는 건 좀 이해가 됩니다. 최선은 방독면이나 물안경을 쓰고 하라는 거군요.^^)  이제는 그냥 펑펑 눈물을 흘려버립니다. 중년남자가 남들이 있는 곳에서 울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아주 편하게 울수 있으니 좋군요. 다질때 제일 향이 좋은 건 샐러리, 당근이고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오레가노, 넛맥, 후추, 케이퍼, 올리브 등등등 어찌나 향이 좋은게 많은지 참 재미납니다. 피망은 생긴게 오묘해서 비슷한 크기로 자르려면 약간의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양파는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굵게 다지기도 하고 - 이를 테면 서양 육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굴라쉬', 아주 잘게 다지기도 하는데 - 라자냐에 들어가는 볼로네제 소스등에 들어갈때는 잘게 다져야 소스에 잘 어울리겠지요.

2. 알 덴테 : 파스타는 듀럼밀이라는 노리끼리한 경질밀로 만드는데 예전에는 이태리 사람들도 다들 푹 삶아서 먹었답니다. 그런데 백년전쯤에 어떤 미식가가 살짝 덜 익혀서 이빨에 씹히도록(이게 알 덴테) 먹으니 더 맛있다는 걸 소문내서 이제는 알 덴테가 아니면 아주 촌스런 게 되었습니다. 물론 불어터진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꼬들꼬들한 면발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니 기호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이 알 덴테가 참 오묘하게 어렵습니다. 면발을 잘라서 가운데 바늘만큼 심이 있으면 되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노안이 와서 안보입니다. 젠장!) 심지어 벽에 던져본다는 황당한 말도 있던데(그건 누가 치우냐?) 나중에 소스에 면을 넣고 익힐 때 살짝 더 익기 때문에 매번 시계를 보면서 일정한 시간에 꺼내는 게 요령일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맨날 스파게티만 먹는 건 아닐거고 링귀네나 텔리아텔레, 푸실리 등등은 어쩔건가하는 맘도 있네요.^^  뭐 일단은 설명서에 써 있는데로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파스타 삶는 물에 소금을 꼭 넣어야한다는 건데 물 1리터당 10그램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파스타에 간도 되고 소금이 끓는 점을 높여서 더 잘 익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3. 간하기 : 요리를 처음하는 사람이나 숙련자나 간하기가 정말 어렵게지요? 간만 잘 맞으면 반은 성공이니까요. 제가 배운 요령은 소금간은 한방에 끝내려고 하면 안되고 중간에 조금씩 간을 보면서 요리를 하다가 맨 마지막에 음식을 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을 보고 내보내면 실패가 적습니다. 버섯이 들어가면 버섯을 볶을 때 살짝 간을 하고 소스에도 살짝 간을 하고 파스타에도 간이 되어 있으니 전체적으로 맛이 어우러 지겠죠. 소금은 이것저것 비싼 소금도 많고(프랑스 게랑드 소금인가 하는 건 정말 눈나오게 비싸더라구요) 다양한게 많지만 저는 기본적인 간보기용은 토판염(염전에서 바닥을 전통적인 방식은 흙을 다져서 만든 바닥에서 만든 소금, 요새 대개는 장판같은 걸 깔아둔다고 합니다.)을 쓰는데 천일염은 입자가 굵어서 간보기 용으로 쓰기위해 미리 절구에 곱게 갈아둡니다.

4. 봉골레 : 해감이 잘 되어있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싱싱한 조개를 골고루 살짝 익힐수 있는냐에 거의 모든 결과가 좌우되더군요. 팬 위에서 조개를 뒤집는 기술이 필요합니다.(드라마 파스타에서 공효진에 동전으로 연습하는 장면^^)

5. 소스에 들어가는 밀가루는 박력분 :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볶는 방법이 나오는데(베사멜 소스) 꼭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을 써야 잘 됩니다. 레시피에는 버터와 밀가루를 같은 무게를 넣으면 된다고 나오지만 저울이 없는 관계로 버터를 먼저 녹이고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잘 섞어주면 됩니다. 이때 계란 거품기로 섞어주면 좋아요.

6. 올리브유하고 마늘만 넣고 만드는 '스파게티 알 알리오 올리오'는 얇게 썬 마늘을 노릇하게 잘 볶는 게 중요합니다. 갈색이 나기 바로 직전(이게 뭐람!)에 불을 끄고 팬을 내려야 성공합니다. 불을 꺼도 빨리 안건져 놓으면 계속 익어서 타버립니다.

7. 버섯 볶는 법 : 버섯은 물에 씻고 바로 건져놔야 물을 적게 흡수합니다. 한참 물속에 놔두면 볶을때 물이 한도끝도 없이 나와요. 그리고 가능한 센불에 볶지 않으면 기름을 몽땅 흡수하기만 하고 물이 계속 나와서 노릇하게 볶아지지 않습니다.

8. 오븐에 생선을 구을 때 잘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생선의 제일 두꺼운 부분을 젖가락으로 찔러서 맑은 물이 나오고 부드럽게 들어가면 잘 익은겁니다.

9. 라자냐(판떼기처럼 넓은 파스파)를 삶을 때는 너무 여러개를 한꺼번에 넣으면 저어줘도 밑에 깔린 게 붙어버려 찢어지게 됩니다. 귀찮아도 10개 이하씩만 삶는게 좋고 건져서 찬물에 씻고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놓는게 좋습니다.

10. 페페론치노 (맵고 작은 고추)는 맵고 단맛이 적어서 자주 쓰이는 재료인데 매운 걸 좋아해서 매번 양조절에 실패하곤 합니다.^^    고추수는 N인분 -1 로 하는 게 실패가 적습니다.

11. 홍합이나 조개로 요리할때 (홍합찜이나 봉골레 파스타) : 의외로 짠물이 많이 나와서 간 맞추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으니 조개에서 나온 국물을 따라내고 소스와 섞으면서 농도와 간을 맞추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맨 나중에 소스농도와 간을 맞추기 좋더군요. 처음부터 모두 넣으면 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한강이 되거나 너무 짜게됩니다.

12. 와인 비네거는 그냥 와인 식초(레드 와인 비네거와 화이트 와인 비네거가 있음)고 발사믹 비네거는 이태리북부에서 특별히 양조한 향이 강한 와인 식초입니다. - 발사믹이 더 비싸지만 용도가 틀립니다. 발사믹은 주로 샐러드 드레싱용으로 씁니다. 시실리섬의 채소요리인 카포나타 레시피에는 발사믹이 아닌 와인 비네거를 넣으라고 되어있습니다.

13. 리조또 (이태리 쌀 요리) : 사랑과 정성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요리더군요. 씻은 생쌀(미리 불려두는게 좋습니다)을 볶으면서 미리 덮혀놓은 육수를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저어줘야하는데 아주 힘들어요. 현미로는 하지 마세요.^^

14. 쭈꾸미, 오징어 등 해물은 살짝 익히는 게 중요한데 여러번 볶게 되므로 처음부터 충분히 볶아버리면 아주 질겨집니다.

15. 오븐 : 전기 오븐 또는 가스 오븐이 있으면 요리를 하는 사람도 미리 그라탕이나 라자냐같은 오븐음식을 넣어놓고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요리를 하기 전까지는 음식하는 사람의 이런 애로사항을 전혀 몰랐습니다.

16. 설겆이 : 미리 씽크대를 비누로 닦은 다음 설겆이를 시작하고 그릇말리는 개수대를 미리 정리해서 비워놓고 시작하는게 일을 빨리 끝낼수 있습니다. - 당연한 건데 ....^^

17. 식용유 : 옥수수와 콩기름이 너무나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져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아마씨유, 호도씨유를 많이 드시는게 좋습니다. (지방섭취에 대해서는 따로 길게 할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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