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다시보기 마지막회까지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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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회를 보고는 무관심했다. 주인공은 많아 이야기는 해산했다. 대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기에 숨이 찼어. 그 속에 인물의 구도는 첫 페맨을 봐도 결말이 보였다. 이우정 작가·신원호 PD의 콤비는 전작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을 좌지우지하는 데 주력한다.

상황 설정은 또 얼마나 극단적인가. 일보호자는 아들이 간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어. 또 간이식 당일에는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병원에 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떤 환자는 치료를 잘 받고 가족과 함께 퇴원한 뒤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올라온다. 더욱이 그날은 아들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이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배경이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을 하기 위해 배경을 종합병원, 주인공을 의사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제작진의 전작이 <현명한 껌빵 생활>이었음을 감안하면 말이다.

그 무관심, 문제 많은 드라마를 8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봤어. 설정도 그대로 둔 채 극단적인 상황은 계속 반복되는 것도 계속 보고 있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보듯 다음이 궁금하거나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지 않으면서도 보게 된다.

1회부터 다시 '복습'한 끝에 그 이유를 찾았다. <현명한 의사생활>은 '세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다. 주요 인물 중에는 악인이 없다. 드라마의 배경인 율재병원은 '선의'가 가득한 판타지 공간이다. 악인으로 여겼던 병원 이사장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싸가지 없는' 의사도, 사이코패스처럼 보였던 의사도 환자 때문에 '위악'을 떨었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극단적 설정이 나오든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오해는 곧 풀리고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집중해 볼 필요도 없다. 병원 내 최고의 소식통인 응급의학과 의사 봉광현의 입을 통해 주인공 5명의 과거사, 진면목을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 인물들에게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냥 마음을 열고 소파에 누워만 보면 된다. 때맞춰 나오는 '추억의 가요'는 덤이다.

단점이 무수히 많은 드라마다. 제작진은 '자기복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편안함' 하나로 모든 것이 뚜껑을 덮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물 간의 갈등 속에서 서사를 만들어내는 극의 긴 문법을 '당당히' 뒤집고 시작한다. 첫 회, 악당의 표현에 갇혀 있던 병원 이사장등을 구출해 '우리 곁의 상냥한 사람'으로 그린 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한국 드라마는 별다른 갈등도, 서사도 없어요. 대신 능력과 인성에 매력과 개성까지 갖춘 사랑스러운 인물 구성을 위한 디테일한 설정으로 가득합니다.'

자주 만든 '설정집'에 가까운 드라마다. 매번 등장하며 크고 작은 일화는 솔잎모란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영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현(김대명) 다섯 주인공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빈 서사를 달성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완벽에 가까운 인물들로 가득 찬 현실감 넘치는 판타지 세계를 구경하던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제공된 설정 이상의 것을 상상한다. 예를 들어, 소나무 버튼과 이익준을 '맺어줄' 작은 단서를 찾아 조합하여 나름대로의 서사를 세우기도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남편을 찾는다' 열풍을 일으킨 제작진의 '팔았다' 짜는 솜씨가 이렇게 진화했다.

문제는 이 세계를 가져온 재료인 '로망'의 낡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99학번 동기이자 최고 실력을 갖춘 40세 전문의가 된 주인공들의 설정은 이 드라마가 고학력·전문직·엘리트에 대한 부러움과 낭만에서 출발한 판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낭만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통령·판사·의사 등 각종 엘리트들을 내세운 '응답하라''시리즈'를 떠올리면 바로 답이 나와. 1990년대 로맨스도,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 환상도 잊지 않았던 X세대다. '응답하라'에서 제작진이 가져온 사람 대부분이 속한 바로 그 세대다.

아직 갱신되지 않은 낡은 낭만은 현실의 변화나 문제에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8회 '착하게' 동료 때문에 업무 압박에 시달리던 주민하(안은진)는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라는 양석현의 한마디에 미소를 짓고 전세 사기로 방황하던 도재학(정문선)도 과장직을 수락해 준 김중완의 결단에 감동한다. 이미 기득권익인 김중완과 양석현의 '의외로 멋진' 면모를 완성하기 위해 누군가의 치열한 현실이 소비되고 정리된다. <현명한 의사생활>을 마냥 편한 판타지로 감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낡은 낭만을 향해 기꺼이 '제거되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 많다. 갈등 없는 드라마는 결국 갈등을 '몰라'하는 드라마가 아닐까. 노동력 착취, 저작권 침해 등의 혐의를 받고도 여전히 건재한 음악감독의 문제를 살짝 감아주는 달콤한 알로하의 선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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