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별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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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기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친구를 만나고 나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아지기 시작한다. 나보다 잘난 친구들을 만나서 그런건가? 그 친구들과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다른데 왜 내 마음은 이렇게 가라앉을까? 잘난 친구를 만나서 그런 것은 아닌것 같다. 못난 친구 만나도 그러니까.
그러면 별로 안 친한건가? 별로 안 친하다고 하기에는 또 서로 잘 배려해주고 농담도 하면서 거리낌없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이것도 내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가 않다. 

근데 글을 쓰면서 뭔지 알겠다. 서로간에 나눈 대화가 완전히 피상적이고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과 관련된 그런 심도깊은 대화가 없었다. 그래 나도 어릴때는 조금 진지하게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려고 말문을 열어 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매번 그런 친구들의 답변은 내가 말한 가치관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항상 비껴가고 다른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나오는 대화들로만 공기를 가득채웠다.

그래 인간은 어차피 혼자사는 거니 가족도 이해 못할때가 많은데 친구라고 뭐 그렇게 심도깊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가 있을까? 그럴 경우는 많이 없다. 그리고 서로 바쁜데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게 어디 쉽나. 또 기분이 더 다운될 수도 있으니 무거운 대화는 안하는게 좋을 수도 있겠지. 

근데 많이 없는 사례지만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 가치관과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내 공허는 여기에서 오는 것 같다.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유대감을 가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이 마음의 정체를 이제야 알았다. 그렇다고 친구를 안 만날 수는 없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계속 이 공허함으로 친구를 만나는게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막상 친구 만날 일이 없으면 또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연애하라고 하는가보다. 근데 연애말고 다른 차원의 인간관계...서로의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위한 그런 대화가 될 수 있는 벗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으로써는 지금 친구관계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은 친구들이라 우울의 더 농도가 짙어진다. 그들은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아직 그들을 못 믿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 쉽게 말도 못꺼내겠고 태연하게 다른 이야기로 화제 전환되는 심심풀이 땅콩같은 이야기가 될까봐서 말 못하겠다. 

앞으로 살 인생이 살아왔던 인생보다 적을 것 같은 내 남은 시간동안 나를 이해해주고 나도 그를 이해해주는 단 한명의 절친을 만날 수나 있을까? 많이 부정적이지만 기적처럼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전에 나도 그런 노력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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